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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eze

[캠핑_2016.09] Golden Ears Park : 이맛에 캠핑









올해는 캠핑 날씨운이 없었다.

작년부터 시작한 캠핑은 다행히 초반운이 좋아서 샬랄라~ 애들 피크닉 수준으로 잘 다녔는데, 올해부터 갑자기 중급반 모드.

대부분 두달여전에 미리 예약해둔 3~4일 이상의 일정들이었는데 캠핑 중 하루 이상 또는 내내~~ 겁나도록 비가 왔다. 아주 빠짐없이 폭우가 쏟아졌다. 한국에선 올 여름이 재해 수준으로 더웠다는데.. 밴쿠버 또한 못지않게 2016년 여름이 엉.망.진.창. 이었다. 덕분에 하나하나 시행착오를 겪으며 캠핑 노하우 터득중이다. 









golden ears park는 밴쿠버에서 비교적 가깝기도 하고 숲속에 물놀이를 즐길수 있는 beach도 함께 있어서인지.. 예약하기 힘든 인기캠핑 사이트 중 하나다.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좋아하는 장소여서 여러번 갔었지만, 캠핑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막상 가보니, 왜 그리 인기인지 알거 같았다.









롱위캔드 주말끼고 장작 4일을 예약했는데, 아쉽게도 주말내내 비소식일거라는 일기예보에 겁먹고 하루 늦게 출발했다. 도착해서 텐트치고 어설프지만 처음으로 테이블 위로 tarp도 쳤다. 내 키에도 머리가 닿는 높이였지만 사다리없이 우리가 할수 있는 최대의 높이.. 어쨋거나 저거 없었으면 이틀간의 폭우속에서 우리 어쩔뻔. 





예전에 친구의 해먹사진을 보며 "해먹 편해?" 라고 물었더니 거기 누우면 천국이 따로 없다던 친구의 대답에 '오바하기는~~ ㅋ'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얼마전 야외스파에서 해먹에 누웠다가 꼬르륵 잠깐 잠이 들고 깨어나서 내가 했던 첫마디는.. "뽕맞은거 같애...." 였다. -_-;; 그러고는 당장 하나 주문함. 이런건 누가 발명했는지... 정말 궁디 팡팡 해줘야 할듯.























역시 캠핑의 꽃은 Fire Camp다.

이번엔 일행이 들고온 도끼가 입성했다. 범죄뉴스에서나 출연할줄 알았던 손도끼가 이리도 유용할 줄이야~ 이건 사야겠다!







이곳 캠핑 사이트에 불편한 점을 딱 하나 꼽자면, 설겆이를 할수 있는 개수대가 전혀 없다는거다. 현대식 화장실 건물에 샤워실까지 갖추고 있지만 정작 식기류를 씻을만한 공간은 없다. 그래서 식사후에는 불위에 냄비째 물을 팔팔 끓여서 뜨거운 물로 식기들을 대충 세척해서 사용했다. 안죽는다.









하룻밤 자고 일어났는데, 아침에 숲속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신비스럽도록 이뻤다. 정상적인 "나"라면 담요 둘둘 감고 해먹에 드러누웠겠지만 나무 사이사이 들어오는 빛이 너무 이뻐서 왠만~하면 절대 하지않는다는 나홀로 산책 한바퀴~ 걸으면서 내내 생각했다. "이맛에 캠핑"















오전에 불 한번 피우고~ 간단히 아침을 먹고, 캠핑사이트 뒤쪽 숲길을 따라 비치에 다다르는 트레일을 돌았다. 빽빽한 나무사이 흙길을 한참 걷다보니 절대 나올거 같기 않았던 탁트인 물가가 펼쳐졌다.









캠핑 사이트 사람들이 아침먹고 옹기종기 모여서 어디로 그리 가나 싶었더니... 여기에 다 모여있네. 파크 초입에서 진입할수 있는 Alouette Lake Day Picnic Area는 규모가 크고 여기저기 바베큐하는 분위기로 북적북적한 반면, 캠핑장 바로 옆에 위치한 North Beach는 좀 더 프라이빗한 공간이다. 비치에 발도장 찍고 돌아가서 점심을 먹고나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몇차례 장대비가 쏟아지면서 다음날 철수할때까지 비는 계속 내렸다.










여름 캠핑이라.. 그닥 추위와의 싸움은 없었지만 비좁은 침낭속에의 잠자리는 불편하기 마련이고, 끼니마다 불을 피워 직접 해먹고 치우고~ 하는일이 귀찮기도 하고, 매번 비에 젖은 집기와 텐트를 걷어내고 정리하는 일도 만만치 않지만... 칠흙같은 밤에 불앞에서 타닥타닥 나무타는 소리를 듣고, 도시에서 보던 것과는 사뭇 다른 밤하늘 풍경을 종종 올려다보고, 아침에 나무 사이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을 느끼고, 흙길을 걷다 보면 이전에 누구도 나를 속박한 적이 없었는데도 그저 마냥 자유로와 졌다는 생각이 든다. 닭살돋아서 차마 입밖으로 내지는 못하지만 '아.. 행복하다'라는 생각도 듬. 




 

이렇게 2016년의 마지막 캠핑을 마무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