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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London

[London_Day 5.4] 런던에서 맛본 이태리 Zizzi's & Opera 'Nibe, regina di Tebe'

우리는 매번 무엇을 먹을때마다... 고민이 많았다.
인간이 하루에 소화해 낼수 있는 음식의 한계를 한탄하며...
빡빡해질수 밖에 없는 여행객 지갑의 각박함을 생각하며....


오페라 하우스 근처로 오는길에 계속해서 빗물이 뚝뚝 떨어졌다.
역시나 여행에서의 날씨는 그날의 피로감과 정비례한다.
우산을 받쳐든 제한된 시야로는, 낯선도시에서 여유있게 맛집을 찾아다니기에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런던은 지역 특유의 고유음식(?)이랄것이 참 없는 도시였다. 

fish & chip을 제외하고는 어디서나 늘 볼수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많았고, 인도 음식점도 꽤나 눈에 띄었다.

얼마전 회사에 새로 들어온 영국출신 아이의 말을 빌리자면, 런던에는 제대로된 인도음식이 참 많다는데..

Elly와 난 매일밤 숙소로 돌아가는길에 보이는 인도음식점을 한번 들르자는 다짐만 반복했지, 정작 제대로된(?) 인도음식을 맛보지는 못하고 돌아왔다. 까짓것, 인도음식은 벤쿠버도 많다~

결국 우리는, 지나면서 여러번 마주쳤던 zizzi's 라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들어섰다.

여기저기 지점이 꽤 있는 레스토랑이라 영~ 엉망은 아니겠지 막연히 생각하며, 그저 더이상 빗속을 헤매이기가 귀찮아서 큰 기대없이 선택한 곳이었는데, 생각보다 음식맛도 분위기도 수준급, 그 이상이었다.



5시가 좀 넘어서 들어선 레스토랑은 우리가 첫 손님이었다.

그러나 한산한 레스토랑이 금새 체워지고, 우리가 후식으로 커피와 차를 마실쯔음엔 레스토랑에 빈테이블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실내는 따뜻한 색감에 화려한듯 하면서도 넘치지않았으며, 발랄한듯 하면서도 정적이었다.



유럽여행을 하면서 많은 관광객들이 의도치않게 접하는 상황은.. 레스토랑에서 마실것 (음료나 주류)대신에 그저 물을 달라고 했더니,

떡하니 3~5파운드하는 어여쁜 물병을 갖다준다는것이다.

수돗물을 마시고 싶다면(?) 탭워터를 달라고 하는것도 물값을 따로 지불하지 않는 방법이 되겠다.

Elly는 파스타 (이름은 모르겠다) 나는 치즈 라비올리를 주문했는데, 두 메뉴다 참 만족스럽게 맛있었다.



후식으로 나는 티를 마셨고, Elly는 라떼를 주문했다. 손잡이가 없이 이중으로 된 유리잔이 참 이쁘다~ 싶었는데,

지난 크리스마스 회사파티에서 딱 저컵을 한쌍 선물받았었다.

바라면 오는건가..? 싶은것이 참 신기했으나..... 지금은 두잔 홀랑 다 깨먹고 울집에 없다. 


저녁을 먹고 나와서 보니, 이 곳이 우리가 오페라를 관람할 'Royal Opera House' 의 정문에서 넘어지면 코닿을 곳에 위치한 레스토랑이었다. 같은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던 많은 사람들이 고대로~ 같이 오페라를 보러 들어가게 되는 셈이었다.  



런던을 가기전, 왠만한 공연과 이벤트 티켓은 미리 예매를 해갔었는데, 역시나 Elly가 리서치를 했고,

나는 그저 '어맛, 왠일이야 왠일이야~ 완전 재밌겠다' 하면서 오도방정 맞장구를 쳐주었다. 

인터넷 예매티켓은 본관 옆쪽을 돌아 티켓창구에서 본티켓으로 교환을 하고 입장을 했어야 하는데, 우리는 레스토랑에서 여유를 부리다가 너무 시간에 딱 맞춰갔더니, 티켓을 바꾸는 줄이 길어.. 공연시작하기 직전에야 겨우겨우 입장할수 있었다.



Royal Opera House 에서는 매일 발레와 오페라 공연이 있는데, 우리는 이날 오페라를 택했다.

민망한 타이즈를 입은 남자들이 폴짝폴짝 뛰어다니는것보단, 뽕을 잔뜩 넣은 공주복을 입은 사람들이 우와~하게 무대에서 노래하는 모습을 보겠다는 심산이었다.

오페라를 좋아하는 친구의 말을 빌리자면, 영어로 노래하는 현대식 오페라는 감흥이 떨어지니 기회가 된다면 꼭 이테리어로 노래하는 전통 오페라를 보라 하였다.

그러나 이테리어를 단한마디도 못알아듣는 나는.. 무대위에 한줄로 긴급뉴스처럼 후루룩 지나가는 자막을 읽느라, 무대를 보니라.. 정신이 없었다.



고백하건데, 이날은 내인생의 첫번째 오페라 관람이었다.

고백하건데, 이날..... 나는 마이 졸았다.



역시나 화려했던 오페라 하우스의 내부
이후 벤쿠버로 돌아와, 그나마 역사와 전통이 묻어난다는 Vancouver Orpheum Theatre에서
오케스트라공연 관람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동안 참 럭셔리하다고 생각되었던 Orpheum이 슬프게도 초라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