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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Okinawa

[오키나와 1] 가족여행 southern beach hotel & resort








보통의 가정이 그러하듯 우리집도 어렸을적엔 해마다 가족여행을 다녔었다. 동생과 나는 그저 뛰어 놀기에 바빴고, 배가 고프면 엄마를 찾으면 그만이었고, 긴시간 차를 타고 가는 거리가 지겨워서 칭얼거렸고... 이제와 생각해보면 가족여행때 엄마는 늘 더 바빴다. 어쩌면 엄마에겐 일상보다 더 피곤한 휴가들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엄마는 아직도, 여행이란 뭔가 피곤하고 귀찮은, 쓸데없는 고생쯤으로 생각한다. 


나이가 들면서 종종 주위 친구들이 올해는 부모님 해외여행을 보내드렸다~라는 얘기를 들으면 부럽기도 하고, 나 먹고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여전히 부모님 어깨에 기대어 있는 내가 참 부끄럽기도 했다. 그래서 올해는 가족끼리 짧은 여행이라도 다녀와야겠다고 진즉이 맘을 먹었다. 나도 다른 자식들처럼 부모님께 여행이란 추억을 만들어 드리고 싶었고.. 아니, 좀 더 솔직하자면 그런 추억을 내가 갖고 싶었다. 결국은 나를 위한 여행에 온 가족을 끌어들였다. 2016년 10월 27일, 오후 4시가 넘어서 오키나와 나하 공항에 도착했다.





호텔이 짐을 풀고 우선 저녁을 먹으러 국제거리로 나갔다. 뭔가 딱히 땡기는 메뉴가 없어서 화려한 번화가를 떠돌다가... 골목 안 어디쯤, 이름없는 주점으로 들어섰다. 작은 이자카야식 식당안엔 관광객들은 눈에 띄지 않았고 우리를 제외한 모든 테이블은 일본인들이 둘러앉아 도란도란 술잔을 기울이는 일상적인 동네 저녁풍경이었다.







각자 맘에 드는 메뉴를 하나씩 골라먹고, 일본 소주를 마시는 아빠를 위해 이것저것 안주도 주문해봤다. 밴쿠버 이자카야 식당에서 보던 익숙한 메뉴들이었고, 사실 밴쿠버보다 더 뛰어난 맛이라고 할수도 없었지만 현지에서 먹는다는 기분으로~ 원래 이게 오리지날 맛일게야.. 생각하면서 먹었다. 아빠는 입이 짧은 편인데두 호기심에 이것저것 다 맛보고 싶어하시는게 귀여웠다. 밴쿠버에서 내가 다니던 일본식 이자카야에 데리고 와서 종류별루 다 맛보여주고 싶었다. "아빠, 이게 더 맛있지? 내가 맛있는거 주문 잘했지?" 하면서... :)







오키나와는 섬인데두 불구하고 대표하는 음식을 찾아보면 해산물보다는 소바, 타코라이스, 스테이크등이 먼저 나온다. 오키나와 소바는 우동과 라멘의 중간쯤... 이랄까? 정말 대단한 맛집을 찾지 못해서였는지.. 우리 식구들 입맛에는 그닥 후한 점수를 받지 못했다.





길을 지나다 너무 이쁜 건물이라 사진을 찍었는데, 알고보니 공중화장실...

화려한 간판들이 즐비한 번화가보다는 골목안쪽의 풍경이 내겐 더 좋았다. 왠지 그런곳에 있는 아기자기한 작은 식당들이 진정한 맛집일것만 같았다.







고심해서 고른 호텔은 공항에서 그리 멀지 않은 사우던 비치 호텔 (Southern Beach Hotel & Resort) 이었다. 호텔을 찾아가는 길은 무슨 공장지대를 지나듯이 황량했지만 호텔 뒷편으로 바다를 끼고 있어서 한여름 해양스포츠를 즐기기에도 좋고 여유롭게 산책하기에도 아주 안성맞춤이었다. 물론 주요 관광지들과는 좀 거리가 있었지만, 가족들과 함께 머무르기에는 중심가에 있는 호텔보다 더 나았던거 같다. 우리방은 7층이었다. 창밖으로 야외풀장이 내려다보이고 그 뒤로 바다도 보였다. 이 호텔은 꼭 beach view로 방을 잡아야한다.







내일은 어딜가나.. 어디서 무얼먹나 고민을 하며 늦게까지 들척이다가
잠이 들었는데, 새벽에 일찍 눈이 떠졌다. 창밖으로 이제 막 해가 뜨는 아침바다 풍경이 너무 아름답다. 눈뜬지 오분만에 나가서 산책하게 만드는 풍경이었다. 내가 원래 이리 부지런한 사람이 아닌데.. 말이다. 









오키나와의 10월말 날씨는 한여름 같았다. 머무르는 동안 내내 낮기온이 30도를 육박했다. 이곳에서도 여름 늦더위였던지.. 떠나는날부터 기온이 뚝 떨어지고 날이 흐려졌다. 조금 덜 더웠더라면 좋았을텐데... 대낮의 해가 너무 뜨거워서 야외관광지에 가서 저쪽으로 좀 걸어 가보자~ 하면 울엄마의 레파토리는 "여기서도 다 보여"  --; 소머즈인가...?

걷기 싫어하는 울엄마. 이왕 왔으니 이거저거 다 들여다봐야하는 울아빠. 나몰라라 무관심한 내동생. 그사이에서 가이드는 힘들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