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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rmur

2017년 3월 4일 토요일 _ 눈이 내린다




멀리 사는 친구와 간만에 통화를 했다. 장작 세시간여의 통화를 마치는 우리의 인사는. "그래 자세한 얘기는 담에 하자"


친구는 나와 많이 다르고 또 많이 같다. 서로가 아니면 할수 없는 이야기들...

스스로 인정하기에도 너무 못난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나는 나보다도 훨씬 더 스스로에게 솔직한 그녀에게 위로를 받는다.


옆집남자가 너무 찌질하여 늘 한수 아래로 내려다 봤는데 어느날 그 남자가 때빼고 광내고 벤츠를 끌고 나와서 괜히 깨깽 주눅이 들었다던가...

어떤 친구의 부탁에 나는 개인적인 일정까지 포기하며 배려해줬는데 그녀는 고마워하기는 커녕 나에 대한 배려가 너무 없어서 서운하다던가...

나는 전혀 그럴 의도가 없었는데 저 친구가 저리 말도 없이 먼저 가버린걸 보니 나에게 오해를 하고 단단히 토라졌음이 분명한데 나는 억울하다!!

뭐 그런식의 이야기와 감정들이다.

누군가는 뭐 그리 자존감이 낮냐고 왜 그리 남의 눈치를 보느냐고 말할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그렇다.

남의 시선과 잣대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나또한 무의식적으로 남들에게 나의 잣대를 들이대기도 한다.


친구와 1도 다를바가 없는 나이지만, 언제나 3인칭으로 바라보는 삶은 간단명료하다. 어줍잖은 조언에 시시한 통찰을 덧칠해 이미 꼰대가 되어버린 자의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상대는 그리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 괜한 걱정하지 말라는둥.

손해본다고 생각이 들면 배려하는것에 보상심리가 따라오기 마련이니 그런 경우엔 부려 배려하지 말라는둥..

뻔한 얘기..

친구가 아닌,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었다. 


내가 그녀에게, 또는 나에게 하고 싶었던 말은 '상처받지 않고 세상속에 잘 끼어 들어가기'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괜찮다고.... 그냥 이렇게 조금 모자라고 조금 찌질해도 괜찮다고.


멀리 바라보이는 삶의 물결은 평화롭고 잔잔하기만 한데.. 정작 우리는 코앞의 산들바람에 흐트러지게 무너져 내리며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