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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rm & fun/my flat

액자만들기: James Gulliver Hancock's print




예전에... 친구 하나가 이미 끝나버린 당시의 사랑을 인정하지 못하고, 내 시점에서는 나쁜놈이었던 그 새끼의 주변을 이년 가까이 맴돌면서.. 자신은 "어딘가에 맘을 빼앗기지 않고는 살수 없는 부류의 인간인거 같다"라고 말한적이 있었다. 그땐, 그녀 스스로 온전히 감당하지 못하는 그 마음의 무게를 안타까워 했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생각해보니... 어딘가에 맘을 빼앗기고 살아간다는건.. 그 반대의 경우보다 훨씬 행복한 일이 아닌가?! 그것이 사람이건, 일이건, 물질이건 간에 말이다.





지난 이주간, 내가 집중했던 대상은 illustration 손작업 이었다. 어느 잡지 인테리어 디피샷에서 쇼파 뒤로 걸려있는 액자에 눈이 갔다. 뭐든 한번 꽃히면 그것이 무엇이고, 어디서 구할수 있으며, 얼마의 댓가를 지불해야 내 손에 들어올수 있는지.. 아주 심도깊고 디테일하게 들이파는 나는. (오타구 기질이 다분함을 결코 부정하지 않음) 결국 찾아낸다. 잡지 한귀퉁이에, 것두 전체도 아닌 액자의 귀퉁이 조각 이미지를 가지고. 그것이 무엇인지를 찾아냈다. 흥신소 따위를 차릴껄 그랬나봐.

아무튼. 찾아는 냈는데... 가만히 보고 있자니, 이거 왠지 나두 그릴수 있을거 같다. 물론! 소위 디자인 계통에서 일하면서 originality 의 가치와 중요성을 목에 핏대를 세우고 부르짖지만. 내가 클림트의 그림을 좋아한다고 그의 오리지날 작품을 사다 걸수는 없잖은가. 뭐 그런.. 나름대로의 이유와 타당성을 손가락으로 막 꼽으며.. 며칠간 노트에 긁적긁적 연습을 하다가.. 지난 월요일, 것두 눈이 막 쏟아지던 저녁. 사방군데를 돌면서 종이, 액자, 펜 따위를 사들고 들어와 작업에 착수.











첫날, 둔한 머리로 열심히 더하기 빼기 나누기를 해대면서, 종이 위에 일정한 그리드를 그리고, 연필로 대충 바탕그림의 아웃라인만 잡고. 늦게 잤다.

둘쨋날, 굵기가 다른 펜들로 각기 다른 패턴들을 표현해 보고 싶어서 회사에서 마감은 뒷전. 퇴근땡! 집으로 달려와서 펜대 올리기 시작. 반쯤 넘게 체우고 또 늦게 잤다.

셋쨋날, 마무리 짓고 싶은 욕심에 출근을 해야하나.. 잠시 망설임. 또다시 퇴근 땡! 집으로 달려와 티비 틀어놓고 새벽까지 작업. 액자에 끼우기까지 완성하고 끝!


언제나 그 어떤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나면, 그 끝에는 아쉬움과 깨달음이 있는 법. 이번 작업으로 내가 얻은 교훈은:

1. 이딴 작업은 주말께에 시작할것!

2. 새 액자를 오픈해서 그림을 끼울땐, 밝은날. 얌전히. 절대 먼지 날리지 않는 공간에서. 조심조심 넣을것!

이건 핸드폰 액정에 필름 붙이는 원리와 같음. 아침에 보면 액자 안에 온갖 먼지와 지우개 가루, 머리카락까지 돌아다니심.





액자에 끼워놓고 보니, 생각했던것만큼 그리 크지가 않다. 식탁 옆 벽에 걸까.. 바닥에 세워둘까.. 고민하다가...

결정을 못하고 팽겨쳐놨는데, 아마 저기서 저렇게 쭉~ 팽겨쳐져있을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