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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eze

[Elfin Lakes] 동화책 속 한 페이지, 그림같은 풍경속으로




옛날옛적에 다녀왔던 하이킹 사진을 이제서야 정리했다. 도무지 벤쿠버에 존재하는 산이라고 믿기지 않으리만큼 주변 산들과는 다른풍경 / 다른느낌으로 너무 아름다웠었는데, 찍어온 엉망진창 사진들이 주는 괴리감(?)이 너무 커서 두달동안 내팽겨쳐놓고 있었다.





Elfin Lakes는 Garibaldi Provincial Park 안에서 그나마 코스가 짧고 쉬운 편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왕초보자코스는 아닌듯.. 지나고나니 이뻤던 장면들만 기억에 남았지만 하산할 당시에는 욕이 튀어나올뻔 했음) 벤쿠버에서 멀지 않은 스쿼미시에서 Garibaldi 쪽으로 빠진후, 하이킹 입구까지 무지막지한 비포장 흙길을 30분 가량 운전해 올라간다. 뜬금없이 마을이 하나 나타났다 사라지고, 뭔 학교도 하나 나왔다 사라지고, 골프리조트도 하나 나왔다 사라지는.. 아주 아리까리한 길을 계속 올라간다. 길이 하두 울퉁불퉁해서 난쟁이 똥자루만한 내 차가 터지는줄 알았다. <차를 내몸같이 아끼시는 분이나 스포츠카 같은걸로는 절대 올라가지 마시오> 팻말을 세워주고 싶었다.





여기가 맞나... 싶은 생각이 들게하는 소박한 입구, 왕복 22km 대장정의 시작이다. 이미 차로 많이 올라와서인지.. 하이킹 코스 자체는 그닥 경사도가 크지 않고 빽빽한 나무로 양옆이 둘러쌓인 숲길로 시작한다. 문제는 울퉁불퉁한 자갈밭 같은 길의 상태. 평평한 흙길에 비해 몇배의 에너지가 소모되는거 같다. 차라리 계단식 오르막이 낫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한~~~참을 오른거 같은데, 아직 반도 못왔댄다. 이곳에서부터 hiker와 biker의 길이 갈라지는데 우리가 다녀온 날짜엔 아직 하이커 트레일이 오픈하지 않았던지라.. 자전거가 오르는 길로 걸어올라가야만 했다. 거리상으로는 차이가 없는데.. 아마도 trail의 상태가 달랐으리라. 결국 울퉁불퉁한 자갈밭 길을 계속 올라가야 한다는건데.. 여기까지의 하이킹은 사실 별루 재미가 없는 산이었다. 양옆으로 빽빽한 나무들에 둘러쌓여 뷰도 전혀 없었고, 울퉁불퉁 자갈밭에 발바닥만 아팠다.









사진으로는 도저히 표현되지 않지만. 딱 저 표시를 지나고부터였던거 같다. 오르는 길목길목 휘어지는 코스를 돌때마다 탄성이 터져나오는 뷰가 펼쳐진다. 더이상 좁은 오솔길이 아니라 시야가 탁 트인 능선을 따라 걷기 시작한다.









원래 hiker trail은 이렇게 돌이 많아야 하는걸까...? 여전히 경사도는 크지않은 평탄한 길이지만, 여.전.히. 발바닥 아픈 자갈길이다.









여러가지 다른 풍경이 펼쳐지는 산이다. 중반 이후부터는 지루할 틈이 없는 풍경들이 끊임없이 펼쳐진다. 벤쿠버 주변 여러 산들을 올라봤지만, 뭔가 다른 산들과는 다른 느낌의 풍경들이다. 가보지도 않은 유럽 알프스의 어느 자락 같은 느낌이 들었다.









우리는 이미 어느정도 산 정상 주변에 도달한 상태로 굽이굽이 능선을 따라 걷고 있었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저 길은.. 도대체 언제 끝나려는지.. 목적지인 호수는 보일생각도 안하고 우리는 슬슬 '저..저거 물인거 같..다... 물.. 아냐..?'를 반복하며 헛것을 보기 시작.









도대체 이산을 누가 가자한거냐?! 짜증이 스멀스멀 올라올때 즈음.... (이 산은 내가 가자 했었다 ㅠㅠ) 마지막 커브길을 딱 돌자마자!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는 두개의 elfin lakes. 세시간여의 피로가 감쪽같이 사라지는 풍경이다.







동화책 한페이지를 뜯어논 듯한 풍경이다. 자그마한 호수 두개가 멀찌기 보이고, 그 끝에 쉴수있는 shelter와 camping ground가 있다.







두개의 호수는 그 용도가 다르다. 먼저 나타나는 큰 호수는 swimming only, 그 뒷편 캠핑 그라운드와 연결되는 작은 호수는 drink water only로 구분된다. 









호숫가를 따라 산책하듯 돌아가면 그 끝자락에 계곡을 내려다보고 있는 캠핑 그라운드가 펼쳐진다. 우와... 이런 풍경이라면 텐트에서 며칠을 보내도 좋을것만 같다. 우리가 도착했을때, 일인용(?) 텐트 하나가 자리잡고 있었는데 지나면서 슬쩍보니... 젊은 남자 혼자, 계곡을 향해 문을 열어놓고 책을 읽고 있었다. 아이고.. 텐트를 갖고왔어야만 했다!











곰 출몰지대(?).... 여기저기 곰에 대한 주의 팻말이 보인다. 음식물 보관에 대해서도 매우 철저해서 전봇대 같은 철골 꼭대기에 줄을 이용해 올려서 묶어 놓아야만 한다. 야생동물에 대한 대비를 위해서인지, 날씨에 대한 대비를 위해서인지... 튼튼하게 지어진 shelter도 생각외로 시설이 좋았다. 볼수록 여긴... 캠핑을 와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제 하산할 시각. 하룻밤 자고 가고 싶은 맘이 굴뚝같았다. 정상에서 점심을 먹고나니 노곤노곤 낮잠이 쏟아지기도 했고 이곳에서 새로 이어지는 다른 트레일과 또다른 호수로 이어지는 길들이 여러갈래라.. 도전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왕복 22km 하이킹, 정상에서 쉬었던 시간을 제외하고 대략 6시간정도 걸리는거 같다. 산을 오르는 일은.. 그길을 다시 내려오는 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더라는.... 정상에선 분명 '담엔 꼭 캠핑하러 다시 오리라!' 다짐해놓고.. 내려오면서 '여긴 다신 안온다고!!' 맘이 바뀐다. 차라리 하이킹 난이도가 높더래두 시간이 짧은 산이 더 쉬운듯 느껴졌다. 아무리 평탄한 트레일이라도 반나절을 걷고 있자니....  잘 숨기고 살던 드러븐 성질까지 나오는지 알았다.

일년에 한번, 연중행사 '세차'를 하기전에 다시 한번 다녀오고 싶다. Elfin Lak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