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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eze

[캠핑_2015.05] Porteau Cove : 캠핑초보의 소꿉놀이




벤쿠버 살면서 캠핑을 즐기지 않는 사람은 많지만. 한번도 캠핑을 해본적 없다하면.. 사람들이 오바스럽게 놀라곤 했다. 텐트치고 잠자는 캠핑이란건 걸스카웃이 마지막이었고 사실상 내 의지대로 캠핑을 다녀본적도 없고, 가고 싶다는 생각도 해본적 없었는데... 나이가 들면서 좋아하는 음식, 취향이 조금씩 변하듯이 라이프스타일도 조금씩 달라지나부다. 어쨋든 5월 둘쨋주, 내 인생의 첫번째 캠핑을 다녀왔다. 벤쿠버에서 한시간 반 정도 떨어진 근교로 달랑 1박. 뭐.. 캠핑이라기보단.. 하루 야외취침정도..?





둘이서! 달랑1박. 가는데... 뒷자석 다 눕히고 차의 2/3를 그득 체운.. 저 짐 좀 보소. 역시 어설픈 캠핑초보의 짐싸기.

아침 느즈막히 출발해서 점심때쯤 도착한 캠핑사이트는 양옆은 나무로 둘러쌓여있고 정면은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날은 좋았지만 물가라 그런지.. 바람이 너무 차서, 도착하자마자 덜덜덜... 낮엔 바닷물이 썰물이라, 걸어서 물가로 내려갈수도 있었는데, 밤이 되면서 밀물이 들어와 캠핑사이트 바로 아래까지 물이 찰랑찰랑... 철저하게 자연속에 있는 느낌을 더해줬다.













텐트를 칠수 있도록 평평하게 다듬어져있는 바닥이 있었지만.. 날씨가 추운관계로 최대한 바람이 가려지는 구석자리로 텐트를 치고, 짐내리고, 테이블세팅, 오는길에 주유소에서 픽업한 장작까지 제자리를 찾아주고나니 뭔가 딱 우리만의 공간이 완성된 느낌이다.









도착하자마자 후다닥 점심부터 해먹었다. 예상치못한 찬바람에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밥먹고나서 설겆이도 귀찮아, 대충 치우고 해따라서 산책을 나섰다. 벤쿠버에 접해있는 바닷가들은 대부분 '만' 이라 바다라기보단 살짝 짠내나는 큰 호수같은 느낌이다. 썰물때라.. 물빠진 자리 한가운데 동그랗게 물이 고인 구덩이가 일부러 만들어놓은양 신기했다. 





산책에서 돌아와 살짝 낮잠을 한숨 자고나니, 금새 또 밥때. 캠핑을 먹으러 온사람처럼 바리바리 싸온 고기와 야채들 잔뜩 꺼내서 열심히 구워먹었다. 엄청난 양이라 생각했는데.. 먹다보니 다 들어감. 







해가 기울고 어두워지기 시작하면서 드디어 firewood 개시! 나무를 잘 쌓아올리고 아랫쪽에 종이로 불씨 만들기... 이제보니, 우리 진짜 불 잘 피웠었구나~ 두번째 캠핑때는 나무에 불이 잘 안붙어서 캠핑사이트를 온통 연기그득 화생방을 만들었었는데 말이다.







타닥타닥 나무타는 소리.. 찰랑찰랑 가벼운 파도소리를 들으며.. 불앞에서 마시는 맥주 한잔이 캠핑의 묘미인듯.

슬슬 옆사람의 얼굴이 보이지 않고, 실루엣조차 희미해지면 까만 밤하늘에 쏟아질듯 별들이 그득하다.

별구경까지 마치고나서 잘려고 텐트에 들어갔다. 겹겹이 옷을 껴입고 침낭속에 누웠는데두 오분만에 바닥에서 찬기가 올라왔다.

몇시간을 덜덜덜 떨다가.. 새벽녘에야 겨우 잠들었던듯. 역시 처음 캠핑하는 사람답게 이런저런 시행착오가 많았다.





늦잠을 잤다. 딱히 시계를 맞추고 일어나야할 이유도 없으니... 햇살이 텐트안으로 그득 들어올때까지 밍기적밍기적 누워있다가 나와보니, 나보다 일찍 일어난 엘리가 아침산책에서 꺽어온 들꽃으로 요로코롬 귀엽게 상차려놓고 독서중이시다. 밤에 추위에 떨었었나..? 싶을정도로 아침햇살이따사로왔다.





평소에도 늘 멍때리고 앉아있기. 누워있기가 취미지만.. 이렇게 자연과 가까이 마주앉아서 한두시간 멍때리기"랑은 느낌이 또 다르다.

'힐링' 이라는 말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내게 힐링되어야할 무언가가 있다면 뭐 대충 그리되는것도 같다.







텐트를 치고 겆고하는 일이 생각보다 수월했다. (텐트마다 다르겠지마는...) 후루룩 짐정리를 마치고나니 올때보다 짐이 많이 줄었다. 그만큼 먹어치운게지. 1박2일 캠핑은 좀 짧은듯 하다. 짐풀고 두어끼 먹고나면 다시 정리해서 돌아가야하니 말이다. 근처 하이킹이나 하면서 하루정도 더 늘어져있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다.





우리의 캠핑사이트를 빠져나와 캠핑장 입구에 있는 공원 파킹에는 배를 띄울수 있는 선착장과 피크닠을 즐기는 테이블들이 쪼로록 늘어서 있다. 꼭 캠핑이 아니어도, 바베큐피크닠을 나오기에도 딱 좋을듯한 장소인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