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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eze

[Vancouver] 2011 Stanley Cup playoff: Hockey nights

몇주동안 벤쿠버는 하키로 들썩~들썩~ 열병을 앓았다.
벤쿠버에서는 하키라는 스포츠는 (특히 Stanley cup playoff) 우리나라에서의 월드컵 축구만큼이나 도시 전체가 열광하는 Event다.


해마다 북미 지역을 통틀어 열리는 NHL Stanley Cup playoff
각지역(도시)의 예선전(regular season)이 전해 가을부터 4월까지 이어지고,
동부지역 8팀, 서부지역 8팀이 준결승에 해당되는 Western / Eastern conference에 올라간다. 

모든게임은 best-of-seven식으로 7경기를 치뤄서 승패를 결정한다.
Canucks (Vancouver team) 가 올해는 엄청난 선전을 하며, Western conference 우승을 하고 결승전에까지 올라가면서..

도시 전체는 그야말로 흥분에 도가니에 풍덩~ 결승전에 치워지는 2주내내 축제의 분위기...................였다.



결승전 7경기중 4경기가 홈에서 치워졌고, 3경기는 상대팀인 보스턴에서 치뤄졌는데,

경기장소에 불문하고, 경기가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나왔다.

사무실 사람들도 죄다 하키 티셔츠를 입고 출근을 하고, 그날은 하키팬이 아닌 나조차도 맘이 살랑살랑 들떠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사람들은 경기시작 5시를 놓칠세라.. 오후 3시가 지나면 슬슬 퇴근을 준비하고, 나는....

하키를 너무 모르는 나는...  

잔뜩 달아있는 도시의 반대편 한산한 곳에서 쇼핑을 하거나, 집에서 조용히 출렁이는 도시의 반동이 주는 여운을 즐기곤 했다.



벤쿠버의 다양한 하키팬들의 모습...

다소 과격하고 공격적인 스포츠지만 (걘적으로는 앞니없는 하키선수들이 좀... stu_pi_d하다는 생각을... 말할순 없다. 이곳에선 박지성선수의 발이 못생겨서 보기싫다라는 말로 들릴테니까..) 어쨋든 온가족이 즐기는 스포츠.



이기든 지든, 사람들은 게임을 즐겼고, 혹 경기가 이긴날이면 다운타운 pub/restaurant엔 밤늦도록 사람들이 자축의 축배를 들었다.

도로위에 Canucks 깃발을 꽃은 차들이 경적을 울리며 내달리고, 낯선이들과의 수백번의 하이파이브로 얼얼한 손바닥의 통증마저 즐거워 했다.

적어도 마지막 경기가 있었던 그날밤 전까지는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 경기가 있었던 지난 수요일, Jun 15 2011

7 경기중 4승을 먼저 하는 팀이 이기는 tournament: 어쩌다가 3승 3패로 마지막 승패를 좌우할 7번째 경기로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경기결과는 아쉽게도 4:0 완패.

경기장의 사람들이나 실내에서 경기를 관람하던 팬들 대부분이 그래도 수고한 선수들에게 박수를 쳐주고 돌아가는 분위기였다는데, 문제는 야외에 모여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났다.
첫 불씨의 시작은 보스턴 하키팀의 마스코트인 곰돌이 인형을 태우면서 였다고 한다.
그런 시작을 주동한 몇몇 이들은 하키팬이라고 할수도 없는.. 그저 군중들 사이에서 재미삼아 폭동을 일으키려고 철저히 준비해온 출신이 불분명한 무뇌아들.
이미 경기 승패와는 상관없이 마스크와 몽둥이, 불을 지를 도구들까지 준비해온 그들은 도대체 왜 하얀병원에 안있고 거리에 나와있었던건지... 

이것은 경기에 진 아쉬움이나 분노도 아니고.. 뭣도 아니다. 그저 군중을 선동하면서 느끼는 영웅심리, 그들의 잘못된 자아에서 오는 파괴성이 아닐까...


니들은 도대체 왜.....? 쫌!



처음에 곰돌이 인형에서 시작되었던 불씨는 근처 경찰차로 옮겨붙었고.. (누군가 옮겨 붙였고! 가 맞을듯.)

도시 이곳저곳에서 비슷한 형태의 난동이 시작됐다.

주변 건물들의 유리창이 깨지고, 쇼핑몰안에 사람들이 미친듯이 뛰어다니고, 물건을 부수고 훔치고...

이날밤 뉴스에서는 내내 다운타운의 상황을 보도되었고, 도시의 사람들은 걱정과 분노와 고통속에서 밤잠을 설쳤으리라.

물론 나는.... 언제나처럼 game night의 반대편에서, 한밤중에 사발면과 와인을 마시고~ 암것도 모른체 잘~잤다.



단탄에 불이 좀 났었구나.. 몇몇 똘아이들이 난동을 부렸구나... 정도로만 알고 출근한 나는..

다른 직원들과 얘기하면서, 그 사태의 심각성을 조금 더 알게 되었고.

뇌와 개념을 탑재한 정상적인 벤쿠버 시민들이 이 사태를 얼마나 분개하고 침통해하는지 느낄수가 있었다.

하물며 세계각국 뉴스의 메인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이번일에, 나또한 '벤쿠버는 원래 이렇지 않아요~' '이건 정말 도시의 분위기와는 상관없는 몇몇 무뇌아들의 미친짓' 이라고 해명을 하고 싶을 정도로 참 안타깝고 부끄럽기도 한 사건이다. 

서울에서는 아무도 나의 안부를 묻지 않는것을 보니, 한국에선 그닥 대대적인 보도가 없었나 보군........ 이라고 믿어야겠다. 



예전에 한국티비에서 자주보던 낯설지 않은 장면... 그러나 한참 소박한 경찰병력 대치상황..
그러나 난 아직도 평화롭고 사람좋은 벤쿠버를 믿고있고, 그런 느린~ 도시가 참 좋다. 

* 모든사진의 출처는 다운타운에 살고있는 회사동료 Architectural Designer, Mo의 Flickr 'www.flickr.com/photos/momaani